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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뇌과학, & 사회학

이젠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를 돌봐야 할 때

by oneirokey 2025. 3. 31.

이젠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를 돌봐야 할 때

어린 시절의 상처와 무의식적 흔적

내담자는 어린 시절, 부모의 잦은 갈등과 극심한 가정 폭력을 경험하며 불안과 무력감을 느꼈다. 특히, 부모 사이의 심각한 충돌 속에서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야 했던 순간이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이 경험은 내담자의 내면에 강한 흔적으로 남아 이후에도 감정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무의식 속에서 억압되지만, 반복적인 감정과 행동 패턴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반복되는 꿈의 의미: 무의식이 보내는 신호

성인이 된 후, 내담자는 반복되는 꿈을 꾸게 되었다. 꿈속에서 한 소녀가 위협적인 존재로부터 도망치려 했고, 내담자는 그녀가 숨을 곳을 찾아주려 노력했지만 결국 붙잡히고 말았다. 두 번째 꿈에서는 그 소녀가 내담자 자신으로 바뀌었고,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 속에서 마땅한 피난처를 찾지 못해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했다.

이러한 꿈은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꿈속의 소녀는 내담자의 내면 아이(inner child)로 해석될 수 있으며, 보호받지 못한 어린 시절의 자아를 상징한다. 또한, 위협적인 존재로부터 도망치려는 시도는 억압된 공포와 무력감을 반영한다. 그러나 내담자는 꿈속에서 피난처를 찾으려 노력했고, 이는 현실에서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보여준다.

 

방어기제: 어린 시절의 경험이 형성한 삶의 방식

내담자는 성인이 되어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교사가 되었다. 이는 정신분석학적으로 "대상 동일시(object identification)"와 "반동 형성(reaction formation)"이라는 방어기제의 표현일 수 있다.

대상 동일시: 내담자는 자신이 어린 시절 겪었던 무력감을 극복하고자 어린 아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선택했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을 치유하려는 방식이다.

반동 형성: 반동 형성은 억압된 감정과 반대되는 행동을 취하는 방어기제이다. 과거의 학대와 무력감을 경험했던 내담자는 그 반대의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들에게 보호자가 되고자 했다.

 

관계에서의 애착과 안정감

내담자는 아이들이 온전히 자신에게 의지하고 사랑을 돌려주며 애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위로와 안정을 느꼈다고 한다. 이는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에서 설명하는 "안정 애착"을 형성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와 연결된다. 내담자는 아이들을 돌보며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하지 못했던 보호받는 경험을 대리적으로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적 접근

내담자의 사례를 통해 볼 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단순히 과거의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서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무의식적 패턴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1. 자기 인식의 강화

내담자는 자신의 행동이 어린 시절 경험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심리 상담이나 자기 성찰을 통해 무의식적 동기를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 무의식적 패턴의 재구성

반복되는 꿈과 불안을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트라우마 치료 기법, 예를 들어 **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이나 **인지행동치료(CBT)**를 통해 무의식적 패턴을 재구성할 수 있다.

3. 자기 돌봄과 감정 조절

내담자는 자신을 돌보는 것이 타인을 돌보는 것만큼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찾았지만, 학년이 바뀌며 아이들이 떠나는 경험은 내담자에게 큰 슬픔과 상실감을 안겨주었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는 점차 번아웃을 경험하게 되었으며, 이는 자기 돌봄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 명상, 일기 쓰기, 예술치료 등을 활용하여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고, 떠남의 경험을 보다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결론: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내담자의 사례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인이 된 후에도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내담자는 어린 시절 자신이 보호받지 못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을 보호하는 삶을 선택했다. 이제는 자신 또한 보호받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심리적 자기 이해를 통해 무의식의 패턴을 깨닫고,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감정을 조절하며 삶을 설계해 나갈 수 있다.

 

참고문헌

  • Bowlby, J. (1988). A secure base: Parent-child attachment and healthy human development. Basic Books.
  • Freud, S. (1913). The interpretation of dreams (A. A. Brill, Trans.). Macmillan.
  • van der Kolk, B. (2014). The body keeps the score: Brain, mind, and body in the healing of trauma. Viking.
  • Shapiro, F. (2018). 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EMDR) therapy: Basic principles, protocols, and procedures. Guilford Publications.
  • Beck, A. T. (1976). Cognitive therapy and the emotional disorders. International Universities Press.